지은이네 순두부

지은이네 순두부

종로에서 순두부찌개 전문점 3년차. 두부와 장사 이야기.

순두부집 3년차, 두부 납품 스트레스를 끝낸 방법

순두부찌개 전문점 주방 아침 배송

순두부찌개 전문점 하는 사람한테
두부는 타협이 안 되는 재료다.

나는 종로에서 "지은이네 순두부"를 남편이랑 둘이 운영한 지 3년 됐다.
메뉴가 순두부찌개 하나다. 해물, 소고기, 김치, 버섯 — 토핑만 다르고 베이스는 전부 순두부.
그러니까 두부 품질이 곧 가게 품질이다.

아침에 들어온 두부가 전날 것 같으면 그날 장사가 불안하다.
손님이 한 숟갈 떠서 "오늘 두부 좀 다르네" 하면 끝이다.
단골이 이탈하는 건 한순간이다.

...
두부 납품업체 3곳을 거친 이야기 처음엔 동네 두부 공장이랑 직거래했다.
아저씨가 새벽에 직접 가져다줬는데, 어느 날 갑자기 폐업했다.
후임도 없고, 연락도 안 되고.
그날 아침 두부가 없어서 가게 문을 늦게 열었다.

두 번째는 식자재 도매상을 통했다.
양은 맞췄는데 두부가 매번 다른 브랜드로 왔다.
어떤 날은 딱딱한 게 오고, 어떤 날은 물러터진 게 온다.
순두부찌개는 두부 식감이 일정해야 하는데, 이러면 맛이 들쭉날쭉이다.

세 번째는 대형 온라인 식자재 플랫폼이었다.
두부 종류는 많았는데, 문제는 최소주문 단위가 너무 컸다.
순두부 한 박스가 24모인데, 우리 가게는 하루에 8~10모면 된다.
나머지 14모가 냉장고에서 이틀, 사흘 간다.
두부가 이틀 지나면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걸 쓸 수가 없다.

신선한 순두부 클로즈업
이게 오늘 아침에 온 두부다. 물기가 다르다.

결국 거기서 두부 시키고,
사골 육수 베이스는 따로 업체 쓰고,
쑥갓이랑 파 같은 채소는 남편이 아침에 마트 다녀오고.
주문처가 세 군데였다.

남편은 아침마다 마트 갔다 오느라 진이 빠지고,
나는 납품 온 두부 상태 확인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매달 식자재비 정산은 영수증 세 묶음을 뒤져가며 했다.

...
블라인드에서 우연히 본 댓글 하나 작년 12월이었다.
장사 끝나고 밤에 블라인드 자영업 게시판을 보고 있었다.
"식자재 어디서 시키세요?" 글에 댓글이 60개 넘게 달렸는데,
하나가 눈에 걸렸다.

"여기 두부 당일 수확 납품됨. 소량도 가능. 순두부집 하는데 여기 아니면 못 씀."

당일 수확? 소량?
그 두 단어에 꽂혔다.
댓글 단 사람 프로필 들어가서 다른 글도 봤다.
진짜 자영업자 같았다. 광고 냄새가 안 났다.

차별화상회라는 곳이었다.
이름이 좀 독특해서 검색했다.
두부만 있는 게 아니라 채소, 육류, 수산, 양념, 소스 — 거의 다 있었다.

...

반신반의하면서 첫 주문을 넣었다.
밤 10시쯤 주문하고 잤다.

다음날 새벽 5시에 남편이 먼저 가게에 왔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 냉장고에 두부가 들어가 있어. 이거 오늘 아침에 온 거야?"

기사분이 새벽에 와서
냉장은 냉장고에, 냉동은 냉동고에 직접 넣어주고 간 거다.
두부 박스를 열었는데 물이 맑았다.
전날 만든 티가 확 났다.

그날 순두부찌개 끓이면서 남편이랑 둘 다 놀랐다.
식감이 달랐다. 결이 살아 있고, 고소한 맛이 확실히 짙었다.

...
지금 4개월째 여기서만 시킨다.
두부는 당연히 여기, 사골 육수 베이스도 여기서 해결된다.
쑥갓, 대파, 김치, 고춧가루까지 전부 한 번에 주문.
남편이 아침에 마트 가는 일이 사라졌다.

업종별로 상품이 정리되어 있어서
"찌개/탕" 카테고리 들어가면 우리 같은 업종 사장님들이 많이 사는 품목이 나온다.
빠뜨리는 일이 없다.
순두부집 냉장고 정리된 모습
아침에 가게 오면 이렇게 되어 있다

장부 기능도 쓰고 있다.
월별로 식자재비가 자동 정리되니까
세무사한테 카톡으로 캡처 보내면 끝이다.
예전에 영수증 세 묶음 뒤지던 거 생각하면 꿈 같다.

4개월 사용 후 변화 (우리 가게 기준) 정리해보니 숫자가 꽤 뚜렷하게 나왔다.

바꾸기 전
- 두부 납품 (직거래/플랫폼): 월 약 85만원
- 사골 육수 베이스 (별도 업체): 월 약 45만원
- 채소류 (남편 마트 구매): 월 약 60만원
- 합계: 약 190만원 + 남편 매일 아침 1시간

바꾼 후
- 차별화상회 일원화: 월 약 178만원
- 긴급 구매: 거의 없음
- 합계: 약 178만원 + 남편 아침 자유시간 확보

금액 차이보다 남편이 아침에 쉴 수 있게 된 게 크다.
폐기량도 확 줄었다. 두부 남아서 버리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
솔직한 단점도 쓴다 1. 최소주문금액 10만원.
우리는 두부 + 육수 + 채소 합치면 10만원 금방 넘기는데,
메뉴가 아주 적은 가게면 부담이다.
디저트 카페나 음료 전문점은 맞지 않을 수 있다.

2. 수도권 새벽배송 위주.
지방에 있는 순두부집 사장님은 새벽배송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서울/경기 외 지역은 일반 배송만 가능한 곳도 있다.

3. 두부 브랜드 선택지가 시장보다 적다.
가락시장이나 경동시장에 가면 두부 종류가 20가지는 되는데,
여기는 그 정도까지는 안 된다.
근데 들어오는 두부의 신선도는 시장보다 낫다.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4. 소량 주문 단위가 아쉬울 때가 있다.
대부분 소포장 가능하지만, 일부 품목은 대용량 단위만 있다.
1인 가게라면 주문 전에 단위를 확인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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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광주두부마을 2026.04.01. 08:22
두부 납품 문제 진짜 공감합니다. 저도 두부전문점 하는데 업체가 갑자기 단종시킨 적 있어서 그날 가게 반만 열었어요. 수도권이 아니라 아직 못 쓰고 있는데 빨리 전국 배송 되면 좋겠네요.
마포설렁탕 2026.04.01. 09:45
설렁탕집인데 사골 육수 베이스 여기서 시키고 있습니다. 품질 일정하고 새벽 배송 정확해요. 두부도 같이 주문하면 편하겠네요. 순두부집 사장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전주콩나물국밥 2026.04.01. 11:30
콩나물국밥집인데 콩나물도 신선도가 생명이거든요. 여기 콩나물 품질은 어떤가요? 두부처럼 당일 납품 되나요? 검색해봐야겠다.
지은이네 순두부 2026.04.01. 12:10
콩나물은 저도 가끔 시키는데 상태 괜찮았어요. 아삭함이 살아 있었습니다. 앱에서 품목 검색하면 납품 일정도 나오니까 한번 확인해보세요.
종로출근러 2026.04.01. 13:55
종로 순두부집이면 혹시 청진동 근처인가요? 글 읽다 보니 순두부 먹고 싶어졌네요 ㅋㅋ 두부가 매일 신선한 거면 맛이 다를 수밖에 없겠다. 점심에 가봐야지.
블라자영업러 2026.04.02. 07:12
블라인드 자영업 게시판에서 넘어왔습니다. 거기서 차별화상회 추천글 자주 보이는데 실제 사용 후기 블로그는 처음 봐서 반갑네요. 저는 찌개집은 아니고 김밥집인데 채소류 신선도가 중요해서 저도 써볼까 합니다.
신림된장찌개 2026.04.02. 10:40
부부가 같이 운영하면 식자재 때문에 싸우는 거 진짜 공감 ㅋㅋ 남편이 아침마다 마트 다녀오는 거 없어졌다는 부분에서 웃었습니다. 우리 집도 똑같았거든요. 된장찌개집인데 두부, 된장, 채소 전부 여기서 시키고 있어요. 장부 기능 진짜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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